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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

by 무빔밥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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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마음이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가끔은 조용히 마음을 붙잡아주는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죠. 멕시코 영화 *〈토템〉*은 그런 순간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 그 안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가족의 이야기를 일곱 살 소녀의 눈을 통해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시끄럽지 않지만, 한참 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 그런 작품을 찾고 있다면 이 영화, 놓치지 마세요.


 

〈토템〉 –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마지막 생일 파티

죽음은 언제나 어른들의 몫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 죽음을 모른 채 자라고, 또 가끔은 어른보다 더 정직하게 이별을 받아들인다. 멕시코 영화 *〈토템 (Tótem, 2023)〉*은 그런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 놓는다.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시선으로 가족의 이별, 사랑, 그리고 슬픔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다.

🌿 줄거리: 한 생일파티의 풍경

주인공은 일곱 살 소녀 솔(Sol). 그녀는 아버지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친척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 모임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곧 이 생일 파티가 ‘작별 인사’가 될 것임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솔의 아버지는 죽음이 가까운 병에 걸려 있고, 이 생일은 실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 사실을 일부러 감추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솔의 시선처럼, 이별을 직접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강한 감정이 전해진다. 어른들은 무심코 웃고 떠들지만, 아이는 그 틈에서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 조용한 눈빛 속에 깃든 불안과 슬픔은 어른들의 말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 왜 특별한가? – 아이의 감정, 감정의 영화

*〈토템〉*은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 없이, 오직 ‘정서’로 밀고 나가는 영화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을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감독 리라 아빌라는 "아이의 시선은 현실을 이상화하지도, 왜곡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 영화는 정말 그러하다. 솔의 눈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녀만의 해석으로 소화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솔이 혼자 욕실 거울 앞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순간이다. 말도 없고 배경음도 없지만, 아이의 표정과 주변의 공기만으로도 감정이 차오른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감정 연출의 정수'라 할 수 있다.

🎬 연출 포인트 – 섬세한 리듬과 공간의 온도

리라 아빌라 감독의 연출은 놀라울 만큼 조용하고 섬세하다. 카메라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의 시선을 따르고, 관객은 마치 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화려한 연출 없이도, 자연광과 공간의 울림, 인물 간 거리감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또한 색감과 소리 디자인도 매우 절제되어 있다. 자연광이 강조된 영상은 집 안 곳곳의 낡고 따뜻한 질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이는 관객에게 이 집이 정말 누군가의 ‘삶의 장소’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음악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대신 주변 소음과 인물들의 호흡, 대화의 빈틈에서 오는 정적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리뷰 – 작지만 깊은 감정의 무게

이 영화는 대단히 조용하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는 소리 없는 울음과 같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죽음을 직면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풀어낸 방식은 *〈토템〉*만의 독보적인 감성이다.

어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의 순간을 아이가 오히려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는가?

또한, *〈토템〉*은 아이의 시선이 가진 순수함을 통해 ‘삶과 죽음’을 구분 짓기보다는 연결하려 한다. 아이는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이별의 순간까지도 하나의 ‘함께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관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감정의 여운에 머물게 만든다.

📝 마무리 – 조용한 울림

*〈토템〉*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삶과 죽음, 이별과 사랑, 가족과 관계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냈기에 더 강하게 다가온다.

20~30대의 우리에겐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 무겁고 거창하지 않아도, 감정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이야기. 그래서 이 영화는 작지만 단단한 감정의 토템이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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