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해석 – 타란티노는 왜 그녀를 살렸을까?
“영화는 현실을 위로할 수 있는가? 타란티노는 이 영화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과거의 비극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을 다시 쓰고 싶으신가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9번째로 선보인 장편 영화로, 1969년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 시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이 이 영화의 핵심 축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놀랍게도 그 사건을 '다르게' 그립니다. 그는 샤론 테이트를 죽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살아남고, 희망을 안겨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왜일까요? 현실에선 되돌릴 수 없던 역사를 영화라는 허구 속에서 되살리는 타란티노의 선택. 그 배경과 메시지를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 맨슨 패밀리, 샤론 테이트, 그리고 실제의 비극
1969년 8월, 임신 8개월이던 여배우 샤론 테이트는 찰스 맨슨의 사이비 추종자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떠오르는 신예 배우였고,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로서 세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닌,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어두운 이면과 폭력성을 상징하는 비극으로 남았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수많은 영화, 다큐멘터리, 책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졌지만, 그 대부분은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타란티노는 달랐습니다. 그는 “만약 그날 밤, 다른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 픽션이 바꾼 현실: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의 등장
영화는 두 허구의 인물,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릭은 전성기를 지나 쇠퇴해가는 배우이며, 클리프는 과거 전쟁 영웅 출신이지만 지금은 그저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이 둘은 할리우드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는 인물들이죠.
하지만 영화 속 이들은 우연히, 혹은 운명처럼 맨슨 패밀리와 맞닥뜨립니다. 그리고 타란티노는 과감히 역사를 비틀어버립니다. 클리프는 개를 이용해 이들을 제압하고, 릭은 화염방사기로 잔혹하게 응징합니다. 그 결과, 샤론 테이트는 죽지 않고 살아남습니다. 오히려 그날 밤 릭의 삶이 전환점을 맞이하며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이 장면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지만, 타란티노는 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영화의 힘을 상기시킵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구원도, 희망도.”
🌹 타란티노가 꿈꾼 헐리우드의 마지막 낭만
이 영화는 단지 범죄 스릴러나 대체 역사 영화가 아닙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동화적 판타지와 향수가 깃든 타란티노식 러브레터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60년대 헐리우드를 세세하게 복원하고, 당대의 음악과 거리, 극장 간판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습니다.
그 중심에는 샤론 테이트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화 내내 말이 많지 않지만, 존재감은 확고합니다. 특히 그녀가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보고 웃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메타적 장면이 아닙니다. 그녀가 스크린 위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의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역사에 대한 위로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서 복수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상실을 회복하려는 욕망에 가깝습니다. 그는 망각된 인물을 기억하고, 현실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합니다.
샤론 테이트를 구함으로써 그는 관객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때때로 더 나은 진실을 상상해도 되는가?”
이러한 철학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히틀러를 죽이는 서사와도 연결됩니다. 타란티노는 대체 역사 장르를 통해, 가장 잔인했던 역사 속 비극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씌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타란티노식 위로 방식입니다.
🎞️ 결론: 영화가 건넨 위로의 손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상실에 대한 가장 영화적인 복원입니다.
타란티노는 현실의 잔혹함을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망가진 과거를 회복시키고 싶어 하는 한 영화 감독의 간절한 소망을 화면 위에 펼쳐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단지 “다르게 끝났던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만약에”라는 가능성, 그리고 예술이 가진 위로의 힘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결국, 샤론 테이트가 살아있는 그 마지막 장면에서 완성됩니다.